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창업 경험을 화려한 스펙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데이터로, 우리만의 모델을 직접 학습시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시키고, 1%의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사이 개발 속도는 점점 더뎌졌고 출시일은 멀어져만 갔다.

AI 시장의 속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급변하는 AI 시장과 소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불릴 만큼 개발 문턱이 낮아진 지금, 나는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정석적인 모델 학습만을 고집하기보다, 더 효율적인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1. Pre-trained 모델과 Bedrock의 활용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From Scratch) 만드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Pre-trained 모델이나 AWS Bedrock 같은 서비스를 먼저 활용하기로 했다.

  • 이점: 인프라 구축과 학습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서비스의 핵심 로직에 더 집중할 수 있다.

2. 선 운영, 후 고도화 (Data Flywheel)

서비스를 일단 출시해서 실제 사용자를 만나야 진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전략: 우선 범용 모델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얻은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중에 모델을 재학습(Fine-tuning)시키는 것이 훨씬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가 돌아가며 스스로 성장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가 요즘 시대에는 더 적합하다고 느꼈다.

3. ‘개발자적 욕심’을 내려놓고 ‘프로덕트’를 바라보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개발자적인 마인드로 내가 구현하고 싶은 기술, 내가 학습시킨 모델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가가 본질이라는 점이다.

  • 기업가의 마인드 셋: 어떤 기업에 가더라도 회사는 개발자의 기술적 만족이 아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 나만의 기술적 고집을 버리고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장기적인 커리어 관점에서도 훨씬 유리한 선택이라 판단했다.
  • AI 기반의 PM으로 성장하기: 나는 단순히 모델을 설계하는 개발자에 머물고 싶지 않다.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탑재할지, AI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실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 AI 서비스의 고도화 전략: 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완벽한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빠르게 MVP를 출시해 실제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모델을 고도화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창업가이자 PM의 역량임을 배웠다.

결론: 기술은 거들 뿐, 본질은 사용자 경험이다

정석적인 학습 방법과 기술적 자존심을 고집하며 정체되어 있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나는 기술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선택해 유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오려다 타이밍을 놓치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시장에 나가서 직접 부딪히며 완성해 나가는 것이 현재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